맛집 / / 2021. 4. 23. 00:53

성북구 안암동(성신여대 / 보문) 카페 "커피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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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마다 골목마다 카페가 생긴 지 몇 년은 된 것 같다. 다가구주택이 많은 안암동(보문역) 인근에도 카페 붐이 불었는지 골목마다 카페가 생겼다. 근처에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가 있고, 조금 멀리 가면 성신여대와 고려대학교가 있긴 하지만 초중고 학생들이 카페에 오지는 않을 것이고 두 대학교에서도 여기까지 찾아오기는 먼 거린데... 생겼다. 카페가 생기기 전 피아노 학원이 있던걸 가까이 봤었기에 또 학원이 들어오겠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웬걸 카페가 들어섰다. 

 


 

커피날에 입구, 낮게 걸린 간판과 꽃이 잘 어울린다
커피날에 메뉴 (스콘, 샌드위치 그리고 크로플까지 있다)
커피날에 메뉴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주문이 가능하다


벌써 3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드디어 우리동네도 카페가 생기는구나 하고 신기해서 몇 번 가서 먹어보고 '괜찮다'했었는데 이제는 동네에서 나름 터줏대감처럼 골목을 떡 하고 지키고 있다. 이 골목이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기도 하고 부모님께서 현재도 커피숍 맞은편에 거주하시기에 처음 생겼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몇 번 방문하다 보니 이제는 몇 년 단골이라고 나름 방문하면 사장님과 아는 척도 좀 하는 사이가 됐다. 아직은 방문해서 "매일 먹는 그거요"라고 할 정도는 안되지만 우리 가족과 사장님이 서로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원래 카페가 있던 곳에 내가 간게 아니라 내가 자라서 잘 알고 있는 동네에, 그러니까 내 구역이라고 불리는 곳에 생겨서 그런지 처음부터 마음의 거리가 가까웠던 것 같다.

 


 

 

 

 


 

"커피날에"는 느낌이 좋다. 겉에서 보이는 빨간벽돌 화단과 갈색 우드톤의 인테리어가 다가구주택이 많은 안암동의 분위기와 아주 잘 맞는 것 같다. 햇빛이 환하게 비출 때는 문 앞 화단에 꽃이 싱그럽게 느껴지고, 해가 저물고 쌀쌀한 밤이 되면 내부의 붉은 조명이 따듯하게 밖으로 비친다. 그래서인지 언제 방문해도 낯설지가 않다. 카페라는 곳이 몇 번 방문하면 지겹기도 하고 새로운 이쁜 카페를 찾아다니기도 하는데 "커피날에"는 매일 가도 좋은 친정 집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곳이다. "커피날에"는 커피가 생각나는 날에 언제든 가서 한 잔 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아메리카노가 참 맛있다. 동네 커피숍에서 그곳만의 맛을 내고 알리기가 상당히 어려운데 이곳은 확실히 여기만의 맛이 있다.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으니 마음 단단히 먹고 마시길 바란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쌉쌀하면서도 달콤한 초콜릿 향이 느껴져 주문 후에 뚜껑을 열어서 꼭 향을 맡게 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커피의 탄 맛과 시원한 얼음의 맛이 조화롭다고 해야 하나, 분명 같은 원두일 텐데 맛이 이렇게 달라지는 것도 신기하고 둘 다 내 입맛에 꼭 맞는 것도 신기하다. 회사 생활하면서 여기저기에서 많이도 마셔보았는데 정말이지 이곳만 한 곳도 없다.

 


 

오늘은 우리 가족이 다 같이 방문을 했다. 아이들이 여기에 오면 맛있는 음료수가 있다는 걸 알기에 자주 카페 데이트를 하자고 난리다. 규모가 크지는 않다 보니 가끔은 방문을 해도 앉지 못하고 테이크아웃을 하는데 오늘은 아내와 나 둘 다 일찍 퇴근을 하고 와서 그런지 4인용 테이블이 비어있었다. 오늘은 방문 전부터 크로플을 먹으려고 왔다. 늦은 오후가 되니 달달한 게 생각나기도 하고 쫀득하면서도 바삭한 와플이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크로플 +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크로플

 


 

역시나 먹는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이들도 크로플이 좋다면서 아이스크림이랑 같이 맛있게 먹는다. 참새 새끼마냥 앉아서 입을 벌리고 있는 걸 보면 맛있는 게 확실하다. 천천히 맛도 음미하고 좀 더 앉아서 얘기도 하고 싶었는데 일찍 일어났다. 귀가해서 할 일도 있고 아이들이 시끄럽다 보니 조용한 분위기에서 노트북으로 공부하시는 분들께 민폐이기도 해서 말이다. 다음에는 부모님께 아이들을 맡기고 와야겠다. 앉아서 시원한 커피 맛을 조금이나마 더 느끼고 싶다. 아니면 어린이집 하원 시간 훨씬 전에 와서 몇 시간 동안 수다를 떨다가 천천히 일어나고 싶다.

 

 

몇 년 전 원두처럼 날아와 콩하고 생겨난 카페 "커피날에"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안암동 카페 "커피날에"가 더욱 번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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