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육아 / / 2021. 7. 16. 21:24

아빠 육아휴직 1년의 추억 #2 (코로나19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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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습격

 

어린이 집에 보내야 하나 집에 있어야 하나, 당시에는 우한 폐렴에서 코로나 19로 명칭이 바뀌던 시기였는데 1월까지만 해도 중국만 심각한 줄 알았다. 그런데 1월에서 2월로 넘어오면서 신천지 발 감염으로 인해 2월 말에는 확진자가 약 800명 까지 치솟았다. 갑자기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어지고 모두가 집에 있게 되었다. 처음 계획했던 모든 것이 어그러지는 순간이었다. 사업은 사업대로 육아는 육아대로, 나는 나대로.

 

와이프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부동산을 계약한 것이 2019년 11월 말 이었고 실제 오픈한 게 2020년 1월 초 였으니 상황이 심각하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상황은 계속 악화되었고 우리는 시작하자마자 코로나 19라는 역대급 감염병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다행히 월세가 싸서 부담은 크지 않았지만 노동대비 수입이 거이 전무해서 첫 2개월 까지는 최악의 상황이 계속되었다. 실제로 휴직을 번복 해야하나 고민했지만 그때마다 딱 6개월까지만 힘내보자며 서로를 다독였다.

 

실제로 우리는 월급이 들어오면 각 통장으로 자동이체하던 것을 모두 해지하고 나의 보험도 납부 유예시켰다. 일단 통장에 모아두었던 약간의 돈과 한달이 지나고 받을 수 있는 육아휴직 급여 약 100만원정도의 돈이 생활비의 전부였다. 이정도 상황이면 사실 바로 복귀했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었으나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체면도 체면이지만 이대로 가면 실패했다는 생각에 너무 분할 것 같았다. 또한 나는 와이프의 사업과 나의 유튜브 활동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3월까지만 해도 나는 의욕에 차 있었다. 10년만에 처음으로 자유인이 되었다는 사실에 하루 하루가 설레었다. 아이와 하루종일 집에 있어야 된다는 생각은 뒤로하고 일단 유튜브를 하기 위해서 촬영용 3축 짐벌을 구입하고 영상 편집용 아이패드 프로 2세대 12.9인치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후배에게 빌렸다. 그리고 애플펜슬 1세대를 구매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3세대가 막 나왔던 시기라 2세대 정도면 쾌적하게 작업이 가능했다.

 

하지만 의욕이 꺾이는건 오래가지 않았다. 계획대로라면 하루 날을 잡아 촬영을 하고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동안 여유롭게 편집을 해서 1주일에 1편을 제작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하루종일 집에 있으니 촬영을 해도 편집할 시간이 나질 않았다.

 

아이와 함께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밤에는 졸렸고 촬영이나 편집을 하려고 하면 아이들은 처음보는 제품에 신기한 나머지 카메라와 아이패드를 보고 서로 만지려고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촬영도 힘들었지만 잠을 쪼개가며 하는 편집은 나를 더욱 피곤하게 했다. 몇 주간은 어떻게든 촬영과 편집을 마무리 했는데 그 몇 주를 참지 못하고 소위 쥐쥐를 쳤다.

 

육아도 마찬가지였다. 아침을 먹이고 옷을 입히고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집안일을 병행하면서 영상을 제작하고, 하원 후에는 저녁을 먹이고 책을 읽어주면 엄마가 온다는 코로나 19가 없을 때의 일과는 보기 좋게 무너졌다. 어린이집 등원뿐 만 아니라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위험해 지는 상황에서 집 밖은 너무 두려운 곳이었다.

 

따라서 아이들과 하루종일 집에서 같이 생활하는데 익숙해 져야 했다.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육아휴직이 너무 순조롭게 진행될 때 알아봤어야 했다. 코로나 19가 휴직기간 1년 동안 계속 복병이 될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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